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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드라의 소설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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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니저 : 최현순  |  멤버 : 9  |  개설일 : 200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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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 (7)
  2009/06/10 06:33
최현순      조회 59  추천 0

 

 “ 그 놈 뒷조사를 철저히 해봐야겠어. ”

 

 아내 정화로부터 딸 서현과 딸아이가 사귄다는 남자인 방송작가 김승규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승용은 격분하여 외친다. 남편이 생각보다 단호하고 강경한 태도로 나오자 정화가 되려 근심이 되어 그에게 말을 건넨다.

 

 “ 여보...대체 뭘 어쩌시려구요 ? ”

 “ 어쩌긴 뭘 어째 ? 미성년자 간음으로 집어쳐넣던가 해야지. 도대체 이게 말이

  돼 ? ”

 “ 여...여보... ”

 

 남편이 이렇게까지 강경하게 나오리라곤 짐작 못했는지, 되려 이야기를 꺼내놓고난 정화가 당황이 된다. 어쨌든 승규랑은 10여년전 pc통신 동호회 시절에 인연이 있던 사이기도 하지 않는가. 더욱이 그 당시 승규가 힘들어 하던 모습, 그리고 승규의 나약하고 어수룩한 면모를 어느정도 알고 있는 정화이기에 그와같은 남편의 태도는 되려 정화를 걱정스럽게 만든다.

 

 “ 여보 일단 좀 진정하세요. 이렇게 흥분한다고 해결날일이 아니잖아요. ”

 “ 흥분하지 않으면 ? 흥분하지 않으면 대체 뭘 어쩌라고 ? ”

 “ 여보... ”

 

 일단 정화는 남편을 진정시키려 한다. 당장이라도 집에서 뛰쳐나가 승규를 찾아가 멱살이라도 잡을듯한 기세였던 승용은 아내의 만류에 일단 자리에 앉는다.

 

 “ 아무튼 뒷조사는 좀 해봐야겠어. 대체 나이가 40이 다 되도록 지금껏 여자하나

  없었다는게 말이 돼 ? 게다가 방송작가로 일한다는 놈이 ? 그 바닥에 어디 여자

  가 좀 많아 ? ”

 

 아내로부터 승규가 어떤 남자인지 대강 이야기는 들은 승용이었지만, 다른건 몰라도 나이 40이 다 되도록 지금껏 홀몸이란 사실은 믿겨지지 않는다. 승용의 말이 이어진다.

 

 “ 아무튼...만의 하나 유부남이거나, 하다못해 이혼이나 동거 경력이라도 나오기

  만 해 봐 ! 그 놈 내 절대 가만두지 않을테니까. ”

 “ 여보... ”

 

 근심스런 어조로 남편을 불러보는 정화.

 

 “ 뒷조사를 하든 안 하든 그건 당신 마음이지만...그래봤자 나올거 없을거에요. 다

  른건 몰라도 그건 내가 잘 알아요. ”

 “ 당신이 잘 안다구 ? ”

 

 “ 네, 말씀드렸잖아요. 알고보니 예전에 하이텔 동호회에서 잠시 누나, 동생

  하며 친분이 있던 사이였다구. ”

 “ 그래서 지금 그놈 옹호를 하는거요 ? 예전에 알고 지내던 사이라해서 ? ”

 “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

 

 승규는 테이블에 놓여있는 컵의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정화의 말이 이어진다.

 

 “ 그만큼...다른건 몰라도...김승규 그 사람이 어떤 남자인진 제가 어느정도 안

  단 말이죠. 다른건 몰라도... ”

 “ ...... ”

 

 “ 여자문제에 있어서만큼은...정말 지금까지 변변한 이성교제 한번 못해본 그런

  사람인거 제가 더 잘 알아요. 기문모 시절에도 워낙 성격이 말수도 적고 표정

  도 어두워서... ”

 “ ....... ”

 

 “ 인간적으로 동정하거나 그러는 여자는 간혹 있었어도 승규 그 사람을 남자

  로 느껴봤다거나 그런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되려 승규 그 사람이 좀 정색을

  하고 교제를 제의하면 상대방 여자가 되려 피하거나 거절했던 그런일도 있었

  으니까요. ”

 “ 근데 왜 ? 왜 근데 하필 그런놈한테 우리 서현이가 걸려드냐구 ? ”

 “ 그 점이 저도 참...속상하기도 하고 화도 나지만... ”

 

 승용은 한숨을 내쉰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지금 이 상황이 기가막히고 화가 날 따름이다. 서현이 그동안 어찌 지내왔는지야 아버지인 승용으로써도 모르지 않는다. 고등학교때 잠시 보조연기자 아르바이트를 나갔다가 사극 아역 주연으로 발탁이 되어 일시적으로 뜨기도 했고, 그러다 방송 출연시 발언 실수로 출연정지를 당하고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던 딸 서현. 학교도 차마 다시 나갈 엄두를 못 내 결국 자퇴를 하고만 서현. 헌데 그러는동안 이런 기가막힌 일이 벌어져 있으리라곤 꿈에도 상상 못했던 일이다.

 

 “ 여보... ”

 

 한참만에 정화가 남편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 사실 저...좀 곰곰이 진지하게 생각해 봤어요. 과연 우리 서현이랑 승규 그 사람

  어떻게 하는게 두 사람을 위해서 좋은 일일까. ”

 “ ...... ”

 “ 그러다 생각해 본건데 말이에요 여보. ”

 

 정화는 침을 한번 꿀꺽 삼킨다. 그리고 조심스레 남편에게 말을 건넨다.

 

 “ 차라리 승규 그 사람을 믿고 서현일 맡겨보는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근래들어

  하게 되었어요. ”

 “ 아니, 뭐 뭐야 ? ”

 

 순간 승용은 기가막힌다. 세상에 아직 스무살도 안 된 딸아이를 그것도 그보다 스무살이나 많은 남자한테 맡길 생각을 아내도 잠시 해 봤다니. 이게 어찌 놀라울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사실이었다. 지금은 딸 서현도 가출한 상태. 사실상 승규 그 사람과 동거에 들어갔을게 뻔한 상황에서 대체 이 일을 어찌 해결했으면 좋을까. 혼자 고심하다가 차라리 그러는게 두 사람을 위해 나을수 있다는 생각을 근래들어 하게 된 것이다.

 

 “ 여보, 무엇보다두요. 아무리 우리 딸이지만 그래서 제가 더 잘 알아요. 학교때

  도 워낙 성격도 어수룩하고 행동도 굼떠 친구도 없던 그 아이에요. 어떻게보면

  그러니 승규 그 사람이 서현이한테 동질감을 느껴...그렇게 사랑으로 발전했다

  는것도 이해 못할일도 아니고요. ”

 

 “ 그래서 뭐 어쩌자는거야 ? 서현이랑 그 승규란 놈을 결혼이라도 시키자는거야 ?

 ”

 “ 이미 두 사람...뜯어말리기엔 너무 깊이 들어가버렸어요. ”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

 

 “ 지금 우리 서현이 가출했어요. 승규 그 사람한테 가 있을건 불을 보듯 뻔한 사

  실이구요. 설사 우리가 지금 가서 서현일 데려온다 쳐요. 그렇다고 두 사람 영원

  히 떼어놓을수 있을거라 생각하세요 ? ”

 “ 철없는 시절 불장난일 뿐이야. ”

“ 서현이야 그렇지만...그래도 승규 그 사람은 사회경험도 어느정도 있는 인생 선

  배기도 해요. 어쨌든 서현이보담은 스무살 많은 인생 선배잖아요. 그러니 그런 승

  규씨가 서현일 지켜주는게 나을수도 있겠고. ”

 “ ...... ”

 

 “ 무엇보다 우리 서현이. 솔직히 지금 뭘 할수 있어요 ? 방송출연했다 그 망신을

  당한후엔 어디 나가지도 못하는 칩거상태가 되었고, 학교도 그만두고 말았어요.

  안 그래도 심약한 아이가 완전히 망가졌던 상태라구요. 그런데 그나마 그런 서현

  일 지켜준 사람이 승규씨였어요. ”

 

 설마 벌써 마음이 그렇게까지 움직였을리는 없겠지만, 정화의 태도로 보아선 정말 두 사람을 결혼시키는게 낳을것 같다는 결심을 한 사람같다. 승용은 아무런 말이 없다. 정화에게 설득이 되었다기 보담은 달리 대꾸할 말이 없어 말문이 막혀있는 것 뿐이다. 정화의 이야기가 어느정도 마무리되자 승용이 한마디 건넨다.

 

 “ 아무튼 내 그 놈 뒷조사는 반드시 할거요. ”

 “ ...... ”

 “ 만약 내 딸 외에 다른 여자관계가 있는게 발각이 되는날엔 내 정말 그 놈 가

  만 안둘거니까 ! ”

 “ 뒷조사를 하던 말던 그거야 당신 마음이지만 ”

 

 그것까진 말리지 않겠다는 정화의 태도다. 어쩌면 그만큼 다른건 몰라도 승규의 사생활 문제에 대해선 장담한다는 뜻도 될거고.

 

 “ 어차피 승규 그 사람. 여자문제에 대해선 뭐 하나 나올거 없는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이라니까요. 지금까지 변변한 여자하나 사귈 자신하나 없었던 그런 사람이었

  던거... ”

 

 

 


 서현이 집을 나와 승규의 집에서 살게 된지도 두달정도가 지났다. 막상 서현과의 결혼을 결심하게 되고, 그녀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을때 뜻밖에도 서현의 어머니가 바로 10여년전 pc통신 동호회 시사랑에서 활동할 때 알고지내던 다섯 살 위의 누나 이정화란 사실을 알게되고 충격을 받고. 생각했던것보다 결혼 반대가 극심할것으로 판단한 서현이 무작정 짐을 싸들고 승규의 집으로 찾아왔고. 승규도 결국 기왕 이렇게 된 이상 최후의 수단을 써보기로 하고 그녀와의 동거에 들어간지 그 정도의 시간이 흐른것이다. 처음엔 아직 나이어린 서현의 다가섬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든 승규였지만, 이젠 그도 어쩔수없이 단단이 서현에게 빠져버렸다. 무엇보다 서현의 어수룩하고 굼뜬 면모가 자신의 사춘기 시절 모습을 보는것 같았고, 그래서 그녀의 고민을 이해할수 있을것 같기도 한 승규. 생방송에서의 막말 파문으로 출연정지를 당하고 힘든 시간을 보낼때, 그런 서현의 속 마음을 어느정도 이해할수 있을것 같기도 해서 더더욱 마음 아팠고, 그래서 그런 그녀를 위로해주고 싶었던 승규이기도 하다. 그러다 어느덧 뗄레야 뗄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관계로까지 발전해버린 두 사람이다.

 

 “ 오빠... ”

 

 오전시간. 승규는 두달쯤후부터 새로 시작하는 일일연속극 집필을 맡게 되어서 그 원고를 쓰느라 대체적인 시간은 집에서 보내고 있다. 하지만 원고 쓰는일이 바빠서 대개는 자신의 집필실에 들어가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아직 이른 시간. 서현이 차려준 아침을 먹으며 둘이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왜 ? ”

 “ 만약에 말야... ”

 “ ??? ”

 

 웬지 부끄러운듯 얼굴을 살짝 붉히는 서현.

 

 “ 우리 만약 진짜 아이가 생겼을때... ”

 

 만약이라고 전제를 하긴 했지만, 웬지 서현의 발그레해진 얼굴이 신경이 쓰인다. 어차피 이미 두 사람은 그런 상황이 벌어질수 있는 단계까지 와 있다.

 

 “ 오빠나 나 닮아서 멍청한 아이가 태어나면 어쩌지 ? ”

 

 사실 서현은 그 점을 근심하고 있었다. 서현도 승규도 모두 학창시절엔 왕따였다. 그리고 그 이유는 대개 말수도 적고 어수룩한 성격탓에 반 아이들이 따돌리거나 놀림의 대상으로 삼곤 했기 때문. 그 악몽과도 같은 학창시절을 기억하고 있는 두 사람이니, 그런 근심이 생기는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 사실 나 진짜 걱정돼. 오빠랑 나 사이에 과연 어떤 아이가 태어나게 될지... ”

 “ ...... ”

 “ 그리고 그 아이가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헤쳐나가게 될지. ”

 

 승규는 말이 없다. 사실 승규도 서현과 비슷한 고민을 한때 많이 했었었다. 철없는 20대 초,중반 시절엔 그래서 오히려 자신의 배우자감으론 좀 똑똑하고 성격도 활달한 그런 여자를 만나게 되길 바란적도 있다. 하지만 그 바램은 그야말로 승규만의 허망한 꿈이었다. 대개 그런 성격의 여자들은 자신과 기호나 취향이 맞는, 즉 다시말해 자신보다 더 성격도 좋고 활기있는 그런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기 마련이다. 흔히 엇비슷한 사람끼리 인연이 된다고도 하고, 어떤 성격의 여자는 대개 여자는 자신보담은 조금 나은 배우자감을 원하는것이 세상의 이치니까. 사실 승규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결혼이나 이성교제 같은것은 포기하게 된 이유는 바로 그런점 때문이기도 하다. 자신에겐 도저히 이성이 매력을 가질만한 그런 면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 그것을 한 나이 서른쯤 되어서 서서히 자각을 해 나가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그런 승규에게 30대 후반에 접어들어서여 나타난 인연이 서현인 것이다.

 

 “ 서현아... ”

 

 승규는 살며시 서현의 손을 잡아본다.

 

 “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하자. 그리고 기왕이면... ”

 “ ...... ”

 “ 그렇게 되도록 기도하기로 하고. ”

 

 서현의 두 손을 꼭 잡고 잠시 눈을 지그시 감으며 기도하는듯한 자세를 취해보기까지 하는 승규.

 

 “ 너나 나나 바로 그런점이 문제이긴 하지만... ”

 “ ...... ”

 “ 오히려 역으로 너와 나의 우성인자가 합치면... ”

 

 승규는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 말을 잇는다.

 

 “ 오히려 더 많은 끼와 재능을 갖춘 아이가 태어날 수 있을수도 있지 않겠어 ? ”

 

 듣고보니 그것도 그럴듯 하다. 만약 승규나 서현의 어눌하고 바보같은 면만 닮은 아이가 태어난다면 그것은 정말 최악의 상황이긴 하지만, 허나 또 한편으론 드라마 작가로 탁월한 재능을 갖춘 승규이기도 하고 특히 역사와 철학쪽엔 해박한 지식을 갖춘 그이기도 하다. 그래서 특히 사극작가로써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던 승규. 어디 사극뿐이랴. 사극은 사극대로 그만의 탁월한 역사해석과 분석능력으로 보다 신선하고 새로운 소재의 이야기를 만들어갔고, 일일연속극은 일일연속극대로 또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로맨스를 통해 극의 재미를 이끌어갔던 승규다. 그런 승규기에 지금까지 써온 드라마마다 거의다 공전의 히트를 쳤다. 또 서현은 서현대로 어찌되었든 연기나 예능쪽에 끼를 갖추고 있음이 어느정도 증명되었던 셈 아닌가. 처음 보조연기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가, 승규가 집필하게 된 사극의 주인공 아역부분에 갑자기 결원이 생겨 촬영장에서 즉석으로 대타로 그 역할을 맡게 된 서현이기도 하다. 그 뒤에 이런저런 예능프로에서 입담을 과시하기도 했고. 물론 그게 결과적으로 생방송중 말실수로 인한 방송사고로 출연정지를 당하긴 한 것이지만. 아무튼 서현 역시 연기와 예능쪽에 끼를 갖춘 여인임에 틀림없다. 그러니 만약 그러한 두 사람의 장점만을 두루 갖춘 아이가 태어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어찌알랴. 두 사람의 우성인자를 물려받은 아이가 태어날지, 아니면 열성인자를 물려받은 아이가 태어날지. 아니면 두 사람을 딱 반반씩만 닮은 아이가 태어날지. 그것은 정말 운명에 맡기고 하늘에 맡길 수밖에 없는 문제다. 승규나 서현이나 신앙생활 같은걸 해 본 적은 없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이 순간만큼은 정말이지 하늘에 있는 어떤 절대자한테 의지라도 하고 싶은 것일까. 자신들의 아이가 정말 이 험난한 세상에서 능히 제 몫을 해나가며 성실히 살아갈수 있는 그런 총명한 그런 아이가 태어나게 해 달라고.

 

 “ 오빠... ”

 

 식사를 다 마친뒤 거실에서 두 사람은 잠시 이야기를 좀 더 나눈다.

 

 “ 오빠 사실은... ”

 “ 사실은 뭐 ? ”

 “ 오빠, 나 오늘 병원에 좀 데려다 주면 안 돼 ? ”

 “ 병원 ? ”

 

 갑자기 웬 병원. 좀 어리둥절해 하지만 아까 식탁에서 나누었던 이야기와 연관을 지어보니 승규도 바로 짐작이 되는듯 하다.

 

 “ 너...혹시 ? ”

 “ 아직 확실한건 아냐. 그래서, 일단 병원에 가서 확인은 좀 해 보려고... ”

 “ 서...서현아... ”

 

 놀라움에 승규의 몸이 부르르 떨려온다. 어차피 이러자고 무작정 동거에 들어간 두 사람 아닌가. 하지만 만약 정말 그것이 이루어 진것이라면. 과연 이 상황을 또 어찌 대처해나가야 하는가. 어쨌거나 아직 서현은 미성년자며, 두 사람은 정식으로 식을 올린것도 아니다. 더욱이 정화 부모님의 허락도 떨어지지 않았고.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건만. 그러나 승규는 일단 서현을 와락 안아본다.

 

 “ 서현아... ”

 

 만감이 교차하는 목소리로 승규는 서현을 불러본다.

 

 “ 사랑한다 서현아. ”

 “ 오빠... ”

 

 감격했는지 눈물이 고이는 서현. 승규는 서현의 눈물을 닦아준다.

 

 “ 그래, 그럼 일단... ”

 “ ...... ”

 “ 병원에 가보기로 하자. ”

 

 서현을 데리고 산부인과에 가 본 결과 확실히 임신이란 진단이 나왔다. 2개월째라는 것이다.

 

 “ 오빠... ”

 

 임신 사실을 알고나서 병원 복도에서 서현은 풀썩 쓰러지듯 승규에게 안긴다. 아직 이 상황이 쉽게 믿겨지지 않는듯 하다. 한편으론 부끄럽기도 하고. 어쨌거나 혼전이고 더욱이 자신은 아직 미성년자 아닌가.

 

 “ 두려워... ”

 “ 두렵긴... ”

 

 승규는 서현을 꼬옥 안아준다. 언젠가 서현에게 했던 말 처럼 자신의 아이를 낳아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최초로 갖게 해 준 서현. 그 서현이 이제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채로 그 앞에 서있는 것이다. 승규는 그런 서현에게 한없는 사랑스러움을 느낀다.

 

 “ 어차피 이러려고 시작한 일이었잖아. 그리고... ”

 “ ...... ”

 “ 언젠가 말했듯이 서현이 넌... ”

 

 이미 여러차례 했던 고백임에도 지금은 좀 특별한 순간이라서일까. 공연히 긴장이 된다.

 

 “ 나로 하여금 처음으로 사랑을 느끼게 해준 그런 여자야 서현아. ”

 “ 고마워 오빠... ”

 

 승규는 서현의 눈에 고인 눈물을 닦아준다. 서현은 그런 승규의 품에 다시한번 안기고.

 

 “ 우리 정말... ”

 “ ....... ”

 “ 잘 할수 있을까 ? 우리 아이... ”

 

 행여 자신들처럼 어수룩한 아이가 태어나 자라서 학교에서 왕따라도 당하면 어쩌나 그걸 걱정했던 서현이었다. 그 근심이 다시 이는 모양이다.

 

 “ 노력해야지. 그리고... ”

 “ ....... ”

 “ 정말 훌륭하고 건실한 아이로 잘 키우도록 하자. ”

 

 서현의 두 손을 꼭 잡는 승규.

 

 “ 사랑해 오빠... ”

 

 

 


 며칠후, 정화가 승규의 집을 찾아왔다. 정화로써야 승규의 집을 알 수가 없으니 수소문 끝에 겨우겨우 그 주소를 알아내어 찾아온 것이다. 집에 있던 승규와 서현은 벨 소리에 문을 열고, 그 앞에 서 있는 정화를 보고는 당황한다.

 

 “ 어...엄마... ”

 

 정화와 눈이 마주친 서현이 당황해하며 내뱉는다. 정화는 어이없는듯 헛웃음을 내뱉는다. 어차피 짐작이야 했던 상황이지만 막상 이렇게 눈앞에 닥치고 보니 정화로선 어이가 없다. 어차피 딸아이가 갈곳은 승규네집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고, 그 주소를 알아냈던것 아닌가. 하지만 그래도 막상 두 눈으로 확인을 하고 다니 어이없다는 생각이 다시 드는것이다.

 

 “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하죠. ”

 

 그리고는 정화는 집안으로 들어선다. 서현은 어찌할바를 몰라 엉거주춤 서 있고, 승규는 일단 정화를 거실 소파에 앉게하고 차를 내온다.

 

 “ 후우... ”

 

 깊은 한숨을 내쉬는 정화.

 

 “ 이봐요 김승규님. ”

 

 pc통신 시사랑 시절처럼 정화는 승규를 ‘ 승규님 ’이라 호칭해본다. 그래도 옛정이 어느정도는 남아있는 것일까. 차라리 두 사람을 결혼시키는게 났지 않겠느냐는 말을 남편에게 하기도 했던 정화다.

 

 “ 한가지만 약속해 줄 수 있어요 ? ”

 “ 약속이요 ? ”
“ 그래요, 우리 딸 아이를 맡기는 조건으로 한가지만 약조를 해 달라구요. ”

 

 “ 그...그럼 ? ”

 “ 허락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어요. 그 전에 우선 약속이나 해 줘요. ”

 “ 말씀하시죠 장모님. ”

 “ 그 진짜... ”

 

 지난번에 승규와 단둘이 만났을때도 정화는 장모라는 호칭이 어색하고 불편하다며 노골적으로 그 속내를 밝혔었다. 헌데 또 장모님이라니. 정화로선 새삼 부아가 치민다. 하지만 승규로선 지금 딱히 정화를 부를만한 적절한 호칭이 있는것도 아니지 않는가.

 

 “ 후우...어쨌든...그래요 뭐. 본론만 간단히 이야기하죠. 아무튼 우리 서현이 지금

  고등학교 중퇴한 상황에요. 방송에서 그 일 당하고 나서...학교도 못 나가고 칩거

  상태에 들어갔던거니까. ”

 “ ...... ”

 “ 그래서 하는말인데... ”

 

 정화는 승규가 내온 차를 한모금 마신다. 그리고 말을 잇는다.

 

 “ 우리 서현이. 고등학교 남은 과정이라도 마저 마치게 해 줘요. 아직 두 사람

  내 결혼 허락 한것은 아니지만은 만약 두 사람 사이에 아이라도 생기면, 나중

  에 그래도 엄마가 고등학교까진 온전히 마친사람인게 좋지 않겠어요 ? ”

 “ 어...엄마 그럼 ? ”

 

 지금 정화가 말하는걸로 봐선 어떻든 마치 결혼을 허락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 말에 서현은 반색이 되지만, 그런 서현에게 정화는 다시 따금하게 일침한다.

 

 “ 너 이뻐서 허락하는거 아냐 ! ”

 

 서현은 찔끔하며 뒤로 물러선다.

 

 “ 니들 두 사람 관계...어쨌든 이미 갈데까진 간거같고...이미 엎질러진물 강제로

  떼어놓으려해봤자... ”

 “ ....... ”

 

 “ 너 무슨 일 저지를지 몰라 무서워서 허락하는거라구. 알았어 이것아 ? ”

 “ 엄마 ! ”

 “ 시끄럿 ! ”

 

 고맙다는듯 엄마에게 달려드는 딸 서현을 하지만 정화는 꼴도보기 싫다는듯 밀쳐낸다.

 

 “ 아무튼 승규님. 그거 하나만 약속해줘요. 저 아이 고등학교만은 마저 졸업할수

  있게 해 달라구. 저 아이 잘 설득해서 그렇게만 할 수 있게 해 줘요. 그것만 약

  속해준다면... ”

 “ ...... ”

 “ 뭐 일이 이렇게 된거 인정해야지 어쩌겠어요. 이미 엎질러진 물 다시 돌이킬 방

  법이 있는것도 아니고. ”

 

 10여년전 pc통신 동호회 시사랑 시절의 인연이 이럴땐 차라리 득이 된 것이라 해야 하는걸까. 그때의 승규를 알고있는 정화로선 좀 어수룩한 면이 있고 대인관계에 잘 적응 못하는게 흠이긴 하지만, 그대신 순박한 사람이니 그런점에서만은 딸아이를 믿고 맡길만 하다는 그런 판단을 한 것이다.

 

 “ 약속하겠습니다. 서현이 고등학교는 졸업할수 있게 해 드리죠. ”

 “ 그래요. 그리 약조해준다면 고마워요. ”

 

 사실상 결혼승낙을 받은거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 서현이 아이를 가졌다는 이야긴 하지 않는다. 지금 상황에서 그런 이야길 꺼내는건 적절하지 않을것 같다는 판단에서다. 그 이야긴 어차피 나중에 다시 해도 늦지는 않을테니까. 정화는 골치아프다는듯 두 손으로 자기 이마를 짚는다.

 

 “ 아이구 머리야... ”

 

 

(마지막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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