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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드라의 소설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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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니저 : 최현순  |  멤버 : 9  |  개설일 : 200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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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 (8.끝)
  2009/06/10 06:38
최현순      조회 67  추천 0

 

 서현의 배가 차츰 불러오고 있었다. 혹자는 이런 말을 했다. 여자가 가장 예뻐보일때는 바로 자기 아내가 자신의 아이를 가진 모습을 볼 때라고. 그래서일까. 승규도 자신의 아이를 임신중인 서현을 무척이나 사랑스러운듯 끌어안은뒤 그녀의 배를 어루만져보고 있다. 그 속에서 자신의 아이가 자라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승규는 괜시리 가슴이 떨려오고 흥분된다.

 

 “ 오빠... ”

 

 승규를 불러보는 서현.

 

 “ 응, 서현아. ”

 “ 우리 아이 정말 잘 자라주었으면 좋겠는데...정말 잘 클수 있을까 ? ”

 

 서현은 여전히 근심이 되나보다. 서현보다 스무살 많은 승규가 서현의 손을 잡아보며 제법 믿음직스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 그렇게 되도록 해야지. 정말 잘 키우자 서현아. ”

 “ 그래, 오빠. ”

 

 살짝 눈물이 고이는 서현. 승규가 서현의 눈물을 닦아준다.

 

 “ 참, 그리고 서현아. ”

 “ 응, 오빠. ”

 “ 어머니하고도 한 약속이니까...아이 낳고나면...아무래도 고등학교는 복학해서

  마저 마치는게 좋지 않을까 ? ”

 “ 그렇게할게. ”

 

 서현의 입장에선 여전히 쉽게 내리기 어려운 결정임에도 승규의 설득 때문일까. 서현도 그렇게 하기로 어느정도 마음을 정리한것 같다.

 

 “ 걱정마 서현아. 오빠가 항상 니 곁에 있잖아. 너 학교 무사히 마칠수 있도록

  오빠가 지켜줄게. ”

 “ 그래, 고마워 오빠. ”

 

 그윽한 눈빛으로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본다. 서현이 승규에게 입맞춘다.

 

 “ 오빠... ”

 “ ...... ”

 “ 오빤 정말 좋은 사람이야. ”

 

 서현으로써도 그야말로 태어나서 처음 사랑을 느낀 상대가 승규다. 그전까지야 어디 서현에게 이성교제라던가 그런걸 할 기회가 있었으랴. 학창시절엔 대체로 외롭게 자라온 서현이고, 그러다 고1때 아르바이트차 보조연기자 일을 시작했다가 그러다 승규의 눈에 들어 사극에 아역으로 데뷔하게 되었던 서현이다. 그야말로 서현에겐 승규가 첫남자인 것이다.

 

 “ 근데... ”

 “ ??? ”

 “ 그럼, 만약 복학하게 되면 나 학생엄마가 되는거네 ? ”

 

 하긴 그렇다. 학생엄마라니. 그렇게 표현하고 나니 서현도 참 기분이 묘해진다. 내년이면 서현도 어느덧 스무살이 된다. 어차피 아이는 낳은뒤에 복학을 하든 무엇을 하든 해야할일이니 내년에나 학교에 다시 나갈수 있으리라. 그러니 서현은 그때 스무살 늦깎이 고등학생이자 학생엄마가 되는것이다.

 

 “ 좀 창피하다... ”

 

 어쨌든 여고생 신분이면서 아이엄마인채로 학교를 다녀야 하는것 아닌가. 그 생각이 새삼 드니 서현도 그제서야 좀 부끄러움이 느껴지는것이다.

 

 “ 창피해도 할수없는 일이지. 그리고...어머니도 말씀하셨지만 어쨌든 학교는 마치

  는것이 서현일 위해서도 그리고 나중에 우리 아이를 위해서도 다 좋은일인거야.   ”

 “ 무슨말인지 알겠어 오빠. ”

 

 정화가 설득할땐 죽어라 안 듣던 서현이었는데, 승규의 설득엔 쉽게 넘어간 모양이다. 이래서 사랑의 힘이 위대하다고 해야하는 것인지. 아니면 딸자식 다 키워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바로 증명해주는 장면이라 해야하는 것인지.

 

 몇 달이 지나고 서현은 결국 아이를 낳게 되었다. 산부인과 수술실에서 출산과정을 다 마치고 병실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있는 서현. 승규는 물수건으로 땀이 흥건이 젖은 서현의 얼굴과 몸을 닦아준다. 잠시후 간호사가 두 사람의 아기를 데리고 들어온다.

 

 “ 축하드립니다. 딸이에요. ”

 

 두 사람이 낳은 아이는 딸이었다. 간호사가 보여주는 아이를 승규와 서현은 사뭇 신기하고 경이로운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야말로 핏덩이인 자그마한 갓난아기에게 지금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어찌되었든 이 아이는 30대 후반의 승규가 그보다 스무살 연하인 10대 소녀 서현과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낸 아이인 것이다.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두 사람은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 안녕, 아가야. ”

 

 번갈아 아기한테 인사를 하고 이어 간호사는 아이를 데리고 병실을 나간다. 이제 아이엄마가 된 서현은 이미 아이에 대한 애틋한 모정이 일어나는 것인지 간호사가 나간쪽을 한참을 바라보고 있다.

 

 “ 걱정마. 간호사 선생님들께서 잘 돌봐주시겠지. ”

 

 그래도 잠시나마 자신의 아이와 떨어져 있는게 안쓰러운 것일까. 괜시리 또 눈에 물기가 어리는 서현.

 

 서현의 어머니 정화가 병문안을 왔다. 그녀 역시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출산을 한 딸 서현과 그리고 딸의 남자 승규를 바라본다.

 

 “ 아기나 좀 보세. 어디 내 나이 마흔다섯도 되기전에 날 할머니로 만들어버린

  손주녀석이나 좀 보잔말일세. ”

 “ 손주가 아니라 손녀입니다. 딸인걸요 장모님. ”

 

 장모라는 말에 정화는 다시 승규를 곱게 흘겨본다. 아직 아무래도 그와같은 호칭은 어색한가보다.

 

 “ 뭐 어차피 기왕 이렇게 된거... ”

 “ ...... ”

 “ 둘이 결혼식은 정식으로 올려야하지 않겠나 ? 퇴원후 정식으로 날을 잡아서 식

  을 올리도록 하세. ”

 “ 감사합니다 장모님. ”

 

 결혼해도 좋다는 허락의 말이 떨어지자 감격한 승규는 정화에게 큰절을 올리기까지 한다. 제법 장모답게 사위앞에서 위엄을 갖추기 위해 하게체를 쓰긴 했지만, 사실 정화로선 여전히 장모라는 호칭이 어색하기만 하다. 사위라기 보담은 예전 시사랑 시절처럼 승규님이라 부르는게 정화에겐 더 편한것 같다.

 

 “ 하여튼 참...승규님도...언제부터 이렇게 넉살이 좋아졌어요 ? ”

 “ 예 ? ”

 “ 예전의 승규님같아 보이지 않아서 그래요. 그 숫기없는 남자가 이렇게 넉살좋

  게 장모님 소리를 입에 붙이니... ”

 “ 장모님이니까 당연히 장모님이라 불러야죠. ”

 “ 허허...참, 나... ”

 

 어이없다는듯 헛웃음을 내뱉는 정화. 어쨌든 그녀로선 기왕 이렇게 된것 체념하고 현실을 현실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태다. 정화의 허락이 떨어져 두 사람은 퇴원후 곧 날을 잡아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다.

 

 

 


 얼마후, 승규와 서현은 마침내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서현이 보조연기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가, 승규가 집필하는 사극에 엑스트라로 출연하게 되고, 그러다 현장에서 아역 주연 대타로 투입되어 일약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것이 그녀가 고등학교 1학년인 열일곱살때의 일. 그리고 그때 승규는 그녀보다 스무살 많은 서른일곱이었다. 사극에서 주인공 아역으로 반짝 스타가 된 서현은 이후 이런저런 예능프로에도 출연하며 주목을 받게 되었으나, 막말파동으로 방송출연 정지를 당하고. 이후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서현이 그렇게 된데 근본적인 책임이 자신에게 있는것 같다는 생각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던 승규가 서현에게 직접 연락해 만나자고 하고. 그러면서 서현을 위로해주다가 차츰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게 되고. 그리고 동거에 들어간뒤, 서현이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게 되기까지 약 2년 반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니 2년전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땐 열일곱살과 서른일곱살이었지만, 지금은 서현이 열아홉살이고 승규는 나이 40을 코앞에 둔 서른아홉 인 것이다.

 

 서현은 나이 열아홉에 아이엄마가 된 것이고, 아이를 낳고 나서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한편 정화와의 약속대로 서현은 내년부터 다시 학교에 복학 고등학교 남은 과정을 마저 마치기로 했다. 그러니 서현은 내년부터 나이 스무살에 늦깎이 고등학생으로 거기다 아이엄마가 된 상태에서 다시 학교에 다니게 되는 것이다.

 

 승규를 미성년자 간음으로 고소하겠다며 길길이 날뛰던 서현의 아버지 승용은 여전히 승규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 처음엔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아내 정화의 거듭된 설득으로 마지못해 신부 아버지 자격으로 예식장 앞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큰절을 올리는 승규내외의 모습을 바라보는 승용의 심기는 여전히 불편해 보였다.

 

 방송작가로 한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승규의 결혼식이기 때문에 당연히 화제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식장엔 승규가 그동안 작가로 활동하면서 이런저런 인연으로 알게 된 많은 방송관계자 및 승규의 드라마에 출연했던 탈렌트들도 많이 하객으로 참석했다. 승규가 스무살 연하의 그리고 바로 2년반전에 승규의 사극에 일시적으로 아역 주연으로 발탁되었다가 반짝 스타가 되고, 그러다 막말파문으로 브라운관에서 사라진 그때 그 주서현과의 결혼이란 소식에 더더욱 화제가 되었고,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랬기에 승규는 행여 서현에게 상처가 될까하는 우려에서 결혼식 자체는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 비공개 예식으로 치루었다. 결혼식 주례는 승규가 어릴때부터 존경해왔고 그가 방송작가 교육원에서 수강하던 시절 강의를 한 적도 있는 원로 사극작가 선생이 맡았다.

 

 “ 신랑 김승규군은 신부 주서현양을 아내로 맞아 한평생 존중하고 사랑하며 진

  실한 부부로써 살아갈 것을 맹세합니까 ? ”

 

 원래 숫기가 없곤 내성적인 성격의 승규 아니던가. 여느 신랑 같으면야 제법 씩씩한 목소리로 대답하만도 한데, 막상 대답을 해야하는 순간이 되자 승규는 잔뜩 긴장이 되었다.

 

 “ 네 ! ”

 

 그런대로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어찌나 긴장이 되었는지 그 한마디 짧은 대답을 하고나서 숨이 찰 지경이었다. 이어 주례는 신부에게 묻는다.

 

 “ 신부 주서현양은 신랑 김승규군을 남편으로 삼아 한평생 사랑하고 존중히 여

  고 섬기며 살아갈 것을 맹세합니까 ? ”

 

 발그레해진 얼굴의 서현. 나지막한 목소리로 부끄러이 대답한다.

 

 “ 네 ! ”

 

 승규가 서현의 손을 살짝 잡아본다. 이젠 두 사람이 정식으로 부부가 된다는 것이 정말 실감나는듯 하다. 지금은 잘 나가는 방송작가로 있지만 한때는 불우했던 사춘기와 젊은 시절을 보내기도 했던 승규. 무엇보다 자신의 나약하고 내성적인 면모를 잘 알기에 한 여인을 사랑할만한 자신은 도저히 없어 한때는 결혼은 하지 말고 혼자 살아야 겠다는 결심을 굳히다시피까지 했던 승규. 하지만 지금 그런 승규에겐 아내가 생긴것이다. 그것도 자신보다 스무살 어린 열아홉살의 어린 아내 서현. 승규가 표현한 것 처럼 한 마리 깜찍하고 귀여운 여우같은 어린 아내 서현이 이제 승규의 배우자가 되어 그 옆에 서 있는 것이다.

 

 서현도 만감이 교차하긴 마찬가지다. 사실 서현의 입장으로썬 무모한 불장난과도 같은 시작 아니었던가. 고등학교까지 중퇴한 상태에서 무작정 승규에게 매달렸던게 지난 2년반의 시간이었다. 자칫하다간 정말 파국이나 비극으로 치달을지도 몰랐던 두 사람의 사이였다. 하지만 승규는 생각보다 믿음직하고 책임감 있는 남자였다. 사실 웬만한 남자 같으면 한때의 실수였다 하고 도망칠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승규는 그렇게 하지 않고 끝까지 서현을 지켜주고 책임져 주었다. 서현으로썬 그런 승규가 한없이 고맙기만 했다. 무엇보다 자신같은 여자에게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다는 현실이,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가 생겼다는 사실이 한없이 고맙고 감사하기만 했다. 서현 역시 내성적이고 어눌한 성격탓에 왕따에 시달리던 처지 아니었던가. 보조연기자 아르바이트를 하다 승규의 눈에 들어 사극 아역 주연을 맡게되고, 그 일로 주목을 받게되어 오락프로에까지 출연하게 되었지만. 막말파문으로 방송 출연 정지를 당한 처지. 사실 바로 그와같은 막말 파문이 있었던게 따지고 보면 서현의 성격 탓이기도 했다. 워낙 말수가 적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는 그런 성격인 탓에 농담을 해야할 분위기와 하지 말아야할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한마디로 판단력이 부족했던 탓이라고나 할까. 요즘의 예능,오락프로들이 워낙 대개는 그런 분위기로 가는 탓이기도 하지만, 서현은 그땐 막연히 무조건 막말이나 농담을 하면 뜨게 되는줄만 알았다. 그래서 어떻게든 튀어보려고 그랬던것 뿐인데. 처음 한두번 오락프로에 출연했을땐 딴엔 진지하게 이야기한게 다른 사람들 입장에선분위기와 영 맞지 않는 이야기라 그게 되려 웃겨보이기도 했고, 서현이 시도때도 없이 치고 나왔던 막말은 오히려 서현이 어린 여자아이기 때문에 나름 귀여워 보이는 그런 프리미엄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한두번이고 결국 한계에 다다랐던 것이다. 워낙 처음엔 서현의 분위기 파악 못하고 아무 때나 터트리는 농담이 재미있어 보이기도 했고, 그게 시청률을 오르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하자 예능,오락프로 PD들이 서현의 그런면을 더더욱 부추기기도 했었다. 그러니 서현으로썬 그 당시엔 그게 막연히 자기가 잘하는 건줄만 알았던 것이다. 그러나 막말로 뜬 서현은 결과적으로 그게 화근이 되어 방송사고로 출연정지를 당하는 일을 겪고야 말았다. 워낙 세상물정을 모르고 대인관계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서현의 성격탓이긴 했지만.

 

 여하튼 그렇게 시작된 승규와 서현의 인연은 마침내 두 사람을 부부의 연으로 이어지게 만들어 놓았다. 처음 서현은 보조연기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다가 승규가 집필하는 사극에 엑스트라로 촬영장에 나왔다가 결원이 생긴 아역배우 자리에 대타로 발탁이 되었고. 그러다 일약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나 예능프로에서 막말 파문으로 출연정지를 당하고. 서현이 그렇게 된 것이 자기 책임인것 같다는 죄책감에 서현을 만나 위로해주다가. 그러다 차츰 사랑하는 관계로 발전한 두 사람. 그리고 두 사람은 오늘 이렇게 정식으로 결혼식까지 올린것이다.

 

 식을 마치고, 두 사람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이미 앞서 세상에 태어난 두 사람의 아이까지 함께한 세 식구의 신혼여행이다. 하긴 요즘은 속도위반이 그리 특별한 이야기거리가 되는 그런 시절도 아니지만. 신혼여행지 호텔방에서 일단 아기를 새근새근 재워놓고 두 사람은 베란다로 나와 이야기를 나눈다.

 

 “ 오빠... ”

 

 잠옷차림으로 베란다 테이블에 마주앉은 두 사람. 동남아 열대지역으로 신혼여향을 온 것이기에 밤이지만 후덥지근한 날씨다.

 

 “ 서현아... ”

 

 만감이 교차하는 심정으로 서로를 마주보는 두 사람. 승규는 서현의 얼굴을 한번 어루만져본다.

 

 “ 저기 밤하늘을 잠깐 바라볼래 ? ”

 

 승규의 말에 서현은 하늘을 본다. 밤하늘 여기저기에 초롱초롱 별이 빛나고 있다.

 

 “ 오빠는 저 별들을 볼때마다 무슨 생각을 하게 되는지 아니 ? ”

 “ 무슨 생각을 하게 되는데 ? ”

 “ 오빤 학교다닐때, 과학쪽엔 별 흥미가 없었지만, 아무튼 지구과학 시간에 배운

  대로라면 대략 이렇더라. 별이란건 우주를 떠돌아다니는 가스라던가 여러 가지

  성간 물질들 대충 그런게 한데 어우러져 생성된 그런것이라는... ”

 

 서현이야 고등학교도 중퇴한 상태니까, 그 정도의 상식도 없는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별다른 대꾸없이 묵묵히 승규의 말을 듣기만 한다.

 

 “ 우주에도 생명체가 있을까, 없을까...뭐 그런문제는 지금까지도 수많은 과학자들

  과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끝없는 논란이 되는 문제기도 하지만... ”

 “ ...... ”

 “ 우주에 생명체가 존재하건 존재하지 않건 그 여부를 떠나 저 별 하나하나가 우

  리네 인간의 삶 하나하나와 같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적이 종종 있어. ”

 

 승규는 잠시 말을 멈춘다. 더워서 그런지 목이 마르다. 진작 음료수라도 하나 꺼내올걸 하고 후회를 하며 잠시 안으로 들어가 냉장고에서 음료수 하나를 꺼내와 컵에 따른다. 그리고 한모금 마신다.

 

 “ 생명이란게...결국 남자의 정자와 여자의 난자가 합쳐져서 생성되는 그런것이듯

  ... ”

 “ ...... ”

 

 “ 우주도 그 떠돌아다니는 수많은 물질이 합쳐지고 어우려져 생성되는 그런것이

  니까 말이야. ”

 “ 그런가... ? ”

 

 승규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는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서현은 얼버무리듯 한마디 내뱉으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 그렇게 생겨난 별이 우주 어느곳에서 존재하던 또는 지구처럼 자전과 공전을 거

  듭하든, 떠돌아다니든 그렇게 살아가다 생을 마치게 되겠지. 그런 우주의 별처럼

  인간의 삶도 그와같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많았어. ”

 “ ...... ”

 “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

 

 서현은 물끄러미 승규를 바라본다.

 

 “ 어떠한 과정을 통해 생성된 생명체든 생명은 생성된 그 순간부터 소중하다는

  것을 말이야. 마치 저 우주의 별이... ”

 “ ...... ”

 

 “ 어떤 물질들이 어우러져 생성된 것이든, 어떤 가스들이 섞이어 만들어진 것이

  든...그렇게 생겨난 그 별 자체가 소중한 것인것 처럼 말이야. 그 별에 생명이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그 여부를 떠나서... ”

 

 승규는 잠시 말을 멈추고 다시 음료수를 한모금 들이킨다.

 

 “ 생명은 생성되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그리고 존재한다는것 그 자체만으로도

  ... ”

 “ ...... ”

 “ 소중하다는 것을 말이야. ”

 

 서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 서현아... ”

 “ 응, 오빠 ? ”

 

 승규는 다정스레 서현의 손을 한번 잡아본다.

 

 “ 우리 아이도...우리가 만들어낸...우리가 생성해낸 아이도 말야... ”

 “ ...... ”

 “ 그렇게 소중한 존재니 훌륭히 잘 키우자. 비록 너나 나의 삶은 그렇게 온전

  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말야. ”

 

 왕따에 시달렸던 승규의 사춘기와 불우했던 청년기, 역시 승규처럼 왕따에 시달리며 외로운 학창시절을 보냈고, 그러다 우연히 승규에 의해 발탁되어 일시적으로 방송활동까지 한 서현. 그러다 방송출연 정지를 당하고 학교까지 자퇴한 상황인 서현. 그런 두 사람의 삶이니 지금까지의 시간은 승규의 표현처럼 그리 온전했다고 말할수는 없을것이다.

 

 “ 하지만...우리에게서 태어난 아이만큼은 잘 키우기로 하자. 그 이야기를 하고 싶

  었어. ”

 

 어찌보면 환상의 왕따커플이기도 한 승규와 서현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아이만은 그렇게 살지 않고 이 험난한 세상을 씩씩하게 잘 헤쳐나가며 그렇게 살아주었으면 하는 바램. 그런 바램과 소망을 두 사람은 갖고 있는 것이다. 승규의 말에 서현도 고개를 끄덕인다.

 

 “ 오빠 말대로... ”

 “ ...... ”

 “ 진짜...딱 오빠랑 내 우성인자로만 형성된 그런 아이였으면 좋겠다. 오빠의 재능

  과 내 끼...딱 그것만...못난부분은...우리 열성인자는... ”

 

 서현으로썬 사뭇 절실한 바램인지 가슴 한켠에서 울컥 치미는 감정까지 있기도 하다. 흐느끼는듯한 서현. 그런 서현의 눈물을 승규가 닦아준다.

 

 “ 그건 닮지 않았으면 좋겠어. 오빠랑 나 좋은 부분만... ”

 “ ...... ”

 “ 그것만 닮았으면 좋겠어. ”

 

 승규의 품에 안기는 서현. 승규야 물론 그런 서현의 심정을 이해한다. 다정스레 서현의 머리의 등을 쓰다듬고 토닥여주는 승규.

 

 “ 참, 그리고 서현아. ”

 

 한참을 그렇게 서로의 감정과 감상에 젖어 있다가, 꿈에서라도 언뜻 깬듯 다시 승규가 서현에게 말한다.

 

 “ 응, 오빠 ? ”

 

 그제서야 서현도 승규에게서 잠시 몸을 떼고 무슨일인가 싶어 묻는다.

 

 “ 그리고말야...이거 호칭 정정좀 해야겠다. 언제까지 너 나한테 오빠라 부를래 ?

  이제 결혼식까지 올렸으니 정식으로 부부인데말야. 거기다 아이까지 있는데 우

  리 애 앞에서도 오빠라고 할거야 ? ”

 

 그 말에 서현은 괜시리 뾰루퉁해진다. 서현이 아무리 어수룩한 아이라고 하지만 아무렴 부부간에 붙이는 호칭을 모를까. 하지만 그게 이제 막 결혼한 신혼인 게다가 아직 어린 열아홉살인 그녀에게서 쉽게 나올수 있는 말인가. 입술을 공연히 삐죽 내밀어보곤 약간 시선을 돌린다. 창피하기도 하고 승규의 핀잔에 괜히 속이 좀 상한것 같기도 하다. 그런 서현을 승규는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다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불러본다.

 

 “ 여보... ”

 

 다정하면서도 나긋한 목소리다. 그 짧은 한마디 호칭이 서현의 가슴속을 파고들며 그녀를 한없이 두근거리게 만든다. 괜시리 온몸이 떨린다. 승규는 서현에게 다가오며 살포시 손을 잡는다.

 

 “ 사랑하오 여보... ”

 

 하지만 서현의 입은 여전히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아직 어린 서현이라서 그런지 그 단어가 입에 붙기 쉽지 않은 모양이다. 승규는 그런 서현을 재촉이라도 하듯 다시한번 그 호칭으로 부른다.

 

 “ 여보... ”

 “ ...... ”

 “ 어서 불러봐...아, 아니지 참...어서 불러봐요 여보... ”

 

 승규의 다정한 눈빛이 서현을 향하고 있다. 한참을 고개를 숙이고 말이 없던 서현의 입이 겨우 떨어진다. 그리고 나지막한 소리로 말한다.

 

 “ 여...여보... ”

 

 모기소리인들 그보다 작을까. 서현에게 용기라도 북돋와 주려는듯 승규는 다시한번 재촉한다.

 

 “ 다시한번 제대로 말해봐요. 사랑해요 여보. ”

 “ 사...사랑해요 여보...히잉... ”

 

 그러더니 서현은 바보처럼 울음을 터트린다. 아무래도 창피한가보다. 승규는 그런 서현의 모습이 재미있는듯 한번 ‘ 푸훗~! ’ 웃어보인후 어린아이 달래듯 그녀를 다독여준다. 서현은 두 팔로 승규의 목을 감싸안는다.

 

 “ 몰라 오빠...히잉... ”

 “ 어허...여보라 부르라니까...아니, 여보라 불러요. 여보... ”

 “ 히잉...아아앙~~~!!! ”

 

 기어이 울음을 터트리고마는 서현이다. 그런 서현의 모습이 오히려 승규는 더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승규는 서현을 달래보고는 그녀를 다정스레 안아올리고 안으로 들어간다. 서현을 안은채 침실로 들어가는 승규. 그리고 침대위에 서현을 살포시 눕힌다. 두 사람의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채 새근새근 잠이 들어있다. 승규는 침대에 누운 서현의 이마에 살포시 입을 맞춘다. 사랑스럽게 두 사람은 서로를 안아본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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