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Wall, Paris 2004
운명이란 당신을 소름끼치게 할 정도로 치밀하며 동시에 피식 웃게 할 만큼 유머스럽다.
사람에게는 운명이란 것이 있습니다.
저는 아직도 기억합니다. 오래전 여자친구가 사진을 배운다고 커다란 가방을 매고는 학원을 다니곤 했을때, 사진에 찍히는 것조차 싫어했던 저는 ‘왜 저런 걸 배울까’ 싶었습니다. 그런 제가 사진을 하게 되었고 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 간 파리에서, 글의 소재를 담기 위해 시작했던 사진이, 이제 제 이야기의중심이 되었습니다. 그 후 있었던 놀랄만한 만남들이 우연히 시작했고, 나의 강한 의지로 그만두려 했던 사진을 계속 이어 가게끔 하는 사인들이 이어졌습니다.
독학으로 사진을 배운 저는, 후일 미국 저명한 사진학교의 사진학습법을 알게 되고는 또 한 번 놀라게 됩니다.
이들이 권장하는 학습법이란 사실 제가 파리에서 혼자 있을 때 하던 것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누구 하나가 하라고 한 적도 없던 것을 저는 그렇게 꼭같이 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자신의 사진을 학습하는 것입니다.
뉴욕국제학교인 ICP에서는 자신의 사진을 배우는 방법으로 자신이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에 사진을 붙이게 합니다. 가장 많이 다니는 곳으로, 때로는 냉장고 위에, 책상 위에, 시간이 날 때마다 자신의 사진을 만져보고, 들여다보며 배우게 합니다. 제가 살던 빠리 집의 벽에도 제 사진들이 빼곡히 차 있었습니다.
이미지의 신비로움은 사실은 인간 심안의 우둔함으로 인해 신비롭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지는 그대로이지만 우리는 하루를 보고 또 하루를 넘기고 다시 보며 못 보던 것을 보게 됩니다. 그 다음날 보면 또 다른 것을 보게 됩니다. 그렇게 수천장의 사진을 보면서 자신의 패턴을 찾게 되고 결국 사진가는 사진가의 ‘눈’을 찾습니다.
저도 그렇게 우둔하게, 그러나 결국 빠져나갈 수 없는 운명에 의해 '눈'을 찾고야 말았습니다.

Reno & Pierre, Paris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