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신 경제부 차장대우
현재 대한민국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경제팀장은 누구일까. 이명박 대통령?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둘 다 아니다. 잘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정책 전반을 챙기는 경제팀장도, 조직도, 기능도 없는 공백상태에 빠져있다. 요즘 경제관료나 기업인을 만나면 한결같이 이 문제를 지적한다.
"우리 정부의 경제팀장이 누구인지 모르겠고, 큰 그림을 그리는 거시정책 기능도 사라졌다"고들 말한다.
우리 국민이 미래에 먹고 살아야 할 '쌀'을 구하는 청사진이 없고,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국가경제운용의 지휘탑이 비어있는 상황을 아주 걱정스럽게 얘기한다.
실제로 현 정부 임기가 끝나는 5년 후, 그리고 10년 후, 20년 후 한국경제가 어떤 모습일지, 국민들 앞에 그림이 제시돼 있지 않다. 지난해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진영이 내놓은 '747'의 환상이 아직 잔영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노무현 정부처럼 이루지 못할 청사진들을 '로드맵'이란 이름으로 쏟아낸 것도 문제지만, 이명박 정부는 청사진이 너무 없다. 청사진이 없는 나라의 미래를 믿고 사는 것은 불안한 일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이 돼간다. 국민들에게 꿈과 비전을 제시하고, 나라엔 역동성이 꿈틀거려야 할 시기다. 그런데 지금 많은 국민들은 앞길이 턱 막히는 갑갑함을 느낀다. 한국경제를 덮친 고유가 쇼크와 쇠고기 사태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도 이런 악재들을 딛고 이겨내려는 활력과 해법, 그리고 일사불란함이 보이지 않는 건 이명박 정부가 '구조적 결함'을 안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대통령은 처음부터 '경제팀장'을 명(命)하지 않았다. 과거 정부에선 선임 경제부처인 재경부나 재경원 장관(지금의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부총리 겸 경제팀장을 맡아 다른 경제부처 장관들을 거느리며 경제를 운용했다. 이른바 '경제 수장(首長)'이 있었다.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전략과 국가비전을 세우는 것도 경제팀장의 일이었다. 그에겐 권한과 함께, 넓고도 엄중한 책임이 주어졌다. 만일 쇠고기 사태가 과거 정부에서 터졌더라면 농림부 장관이 아닌 재경부 장관이 기자회견 테이블의 한가운데에 앉아 있었을 것이다. 쇠고기협상을 농수산식품부에만 맡겨놓지 않고 경제팀장이 다른 부처들을 데리고 협상전략과 협상 후 대응책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협상결과부터 달라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론 누구에게도 경제팀장 권한을 주지 않았다. 경제 부총리 자리도 없애버렸다. 이 대통령이 다른 사람에게 경제팀장을 맡기지 않은 건 자신이 직접 경제팀장을 맡겠다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지난 4개월 경제팀장의 기능은 작동하지 않았다. 대통령 혼자서 국방팀장, 외교팀장, 교육팀장, 사회팀장을 다 하려 하니 경제팀장에서 구멍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경제운용의 컨트롤 타워가 고장 나면 그 밑의 조직들은 혼선에 빠질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와 청와대 경제수석·국정기획수석, 그리고 다른 경제 부처들이 제각각 움직이고 서로 반목하고, 업무분담도 뚜렷하지 않았다. 그러니 그 빈 공간을 정치(한나라당)가 치고 들어와 "촛불 민심을 달래야겠다"며 경제정책(공기업 민영화 등)을 뒤흔들기 시작하지 않았는가.
고장 난 정부 시스템은 결국 대통령이 고쳐야 한다. 그 처방을 찾는 것은 의외로 간단할 수도 있다. "모든 국정을 내가 다 챙기고 해결해야 한다"는 '수퍼맨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6/18/200806180159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