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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지도자의 말
  2008/06/13 10:39
카페진      조회 301  추천 0

오태진 수석논설위원

 

나폴레옹은 키가 작았고 고향 코르시카섬의 이탈리아 사투리가 뒤섞인 프랑스어를 썼다. 연설가로서 조건이 보잘것없었다. 대신 그는 침묵으로 카리스마를 창출했다. 출정에 앞서 병사들을 몇십 초 동안 말없이 둘러보곤 했다. 그 사이 병사들은 단신의 나폴레옹이 거인처럼 커지는 느낌을 받았다. 히틀러도 전략적 침묵의 대가였다. 군중 앞에서 5분씩 가만히 있다 군중이 잔뜩 신경을 집중하면 그제야 말을 꺼내곤 했다.


▶다섯 미국 대통령의 연설문을 쓴 제임스 흄스는 '링컨처럼 서서 처칠처럼 말하라'(시아출판사)에서 "침묵이 말보다 소리가 크다"고 했다. 링컨도 쉰 목소리와 켄터키 산골 사투리를 고민했다. 처칠은 혀 짧은 소리에 말을 더듬었다. 두 사람이 결점을 극복하고 명연설가로 올라선 비결도 핵심을 찌르는 간결한 연설이었다. 흄스는 "성공한 지도자의 화술은 남다르다"며 "준비된 말이 성공을 부른다"고 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7년 내내 문법에 어긋난 말과 말 실수를 연발했다. 그걸 가리켜 '부시즘(Bushism)'이라는 용어까지 생겨났다. 임기를 7개월 남긴 부시가 영국 더 타임스 인터뷰에서 그간 썼던 호전적 표현들이 후회스럽다고 밝혔다. "조금 다른 수사적(修辭的) 표현을 쓰고 수위를 조절했더라면 이라크전을 두고 벌어진 국민 분열과 국제사회 오해가 덜했을 것"이라고 했다.

▶부시는 이라크 저항세력을 비롯한 적들에게 걸핏하면 "덤벼봐, 한판 붙자(Bring them on)"고 했었다. 9·11테러 배후 빈 라덴을 "죽이든 살리든(dead or alive) 잡아오라"고 했다. 폭력영화에나 나올 법한 말들이다. 부시는 "그 때문에 미국이 세계에서 호전적 국가로 오해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더 타임스의 인터뷰 기사 제목은 "세계를 전쟁으로 끌고 간 매(鷹)가 비둘기의 언어를 말하다"였다. 때는 늦었다는 얘기다.


▶'논어'에 '사불급설(駟不及舌)'이라고 했다. 네 마리 말이 끄는 빠른 마차라도 혀의 빠름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말은 한 번 하면 거둬들일 수 없는 것이니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잘 생각하지 않고 불쑥 하는 말은 아무데나 총을 난사하는 것과 같다. 특히 지도자의 말은 거듭 고민하고 가다듬은 말이어야 한다. 사람이 귀 둘, 입 하나인 것은 남의 말을 좀 더 잘 듣고 필요 없는 말은 삼가게 함이라는 말도 있다. 지도자에겐 과묵과 경청의 미덕이 절실하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6/12/200806120163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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