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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이명박 성공 모델'의 실종
  2008/06/09 10:22
카페진      조회 330  추천 0

청계천 사업 땐 4000번 설득
집권 후엔 여론 수렴도 없어

박두식 정치부 차장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를 하라"는 말을 듣는 최초의 대통령이다. 이전 대통령들에게는 "정치는 그만 접고 국정에 전념하라"는 주문이 쏟아지곤 했다. 정치 9단, 10단 소리를 듣던 과거 대통령들에겐 '정치는 국정을 가로막는 독약'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는 정반대이다. 요즘 광화문 등 서울 도심 일대의 모습만 놓고 보면 민란(民亂)이라도 일어난 듯한 착각을 낳을 정도다. 위기 극복의 처방전으로 나오는 게 정치력 복원 내지는 정무 기능 활성화이다. 이 대통령의 '정치력 부족'이 자초한 화(禍)인 만큼 정치로 풀자는 논리다. 덕분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혐오의 대상으로 치부돼 온 '정치'가 만병통치약 같은 대접을 받는 희한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대통령이 CEO(최고경영자) 출신이어서 정치를 모른다"고들 한다. 그러나 CEO나 대통령이나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선 다를 게 없다. 마음을 얻어야 하는 대상이 다르긴 하다. CEO가 사업 파트너나 주주(株主), 소비자들을 상대해야 한다면 대통령은 국민이 그 대상이다. 설득의 방법이나 소통(疏通)하는 내용 등 세부 사항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상대방의 신뢰를 얻고, 이를 통해 자신의 구상을 실현해 나간다는 본질에선 같다. 이 대통령의 초기 실패는 CEO 출신이어서가 아니라, 집권 후 국정을 이끌어가는 '이명박 모델'이 장착되지 않았거나 작동에 차질이 빚어진 데서 비롯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대통령 본인의 설명대로라면 서울시장 시절에는 이 모델이 제대로 가동된 듯싶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대표적인 성공 스토리인 청계천 복원을 언급할 때 늘 "청계천에 반대하는 주변 상인 20만 명을 4000번 이상 만나 설득했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지난 5월 29일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베이징(北京) 대학 연설에서 "때론 멱살을 잡히고 그들(청계천 상인)의 눈물 어린 호소를 들어주기도 했다. 그렇게 반대했던 그들은 복원 공사가 끝나자 내게 가장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됐다"고 했다.

청계천이 복원되기까지 이런 길고 지루한 설득의 과정을 거쳤다는 얘기다. 또 그가 1995년 출간한 자서전 '신화는 없다'에도 비슷한 사례가 수없이 등장한다. '끈질긴 접촉과 설득→신뢰 획득→사업 성공'이 이 책에서 반복되는 '이명박 성공 모델'이다.

이처럼 설득과 이해 조정을 해낼 수 있다면, 대통령이 된 다음에 "정치를 하라"는 주문을 들을 이유가 없다. 국민과 대통령 사이에 '소통의 장애'가 생길 이유는 더더욱 없다. 이 대통령은 게다가 '국민 통합'과 '현장주의'를 모토로 내걸고 있다. 그런데 정작 국민들은 "대통령이 자신들을 존중하지 않고 무시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결국 이 대통령이 국민과 부딪히며 설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껏 이 대통령은 국민과 야당, 때론 박근혜 전 대표 등 같은 당내 인사에게 손을 내밀때조차 영 내키지 않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역대 대선 사상 최대 표차(531만 표)로 승리한 것만 기억할 뿐, 52.4%가 이명박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았다는 것을 잊어버린 듯한 태도이다. "멱살을 잡히고, 눈물 어린 호소를 들어주면서" 청계천을 살렸다는 '이명박 성공 모델'의 복원이야말로 현 위기 돌파의 진정한 해법일 것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6/08/200806080084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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