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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이브 생 로랑과 앙드레 김
  2008/06/04 10:15
카페진      조회 263  추천 0

'브랜드 왕국' 프랑스의 비결은 각국 인재 끌어들이는 개방성

강경희·파리 특파원

 

20세기 패션을 대표하는 프랑스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이 지난 1일 만 71세의 나이로 파리에서 세상을 떠났다. 패션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천재 디자이너이지만 사실 이브 생 로랑이 자신의 이름을 단 브랜드에서 손 떼고 은퇴한 지는 벌써 몇 년 전 일이다. 디자이너가 은퇴했어도, 또 세상을 떠났어도 그의 이름을 딴 브랜드는 여전히 건재하다.

당초 파리가 '패션의 수도'로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샤넬, 크리스티앙 디오르, 이브 생 로랑 같은 세계적 디자이너들이 등장해 세계 패션의 흐름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유한(有限)한 존재여서 스타 디자이너들도 때가 되면 사라져 간다. 하지만 이들이 만든 브랜드만큼은 여전히 남아서 명품 대접을 받으며 '패션의 수도' 파리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파리가 낳은 브랜드의 생명력이 이토록 긴 이유는 뭘까? 파리의 개방성(開放性), 그리고 브랜드를 소중한 사회적 자산으로 키우고 가꾸는 문화에서 비결을 찾을 수 있겠다.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의 궤적만 봐도 이런 전통과 사회 분위기가 한 눈에 나타난다.

이브 생 로랑이 세계 패션계에서 주목받은 건 1957년 크리스티앙 디오르가 세상을 떠나고, 이 회사의 수석 디자이너로 발탁되면서였다. 디오르의 아들도, 친척도 아닌 그저 21세의 젊고 재능 있는 디자이너였던 그에게 그런 중책이 주어진 것이다. 이브 생 로랑이 한껏 실력을 발휘해 디오르의 명성을 이어 나갔고, '디오르'라는 브랜드 덕분에 이브 생 로랑의 명성도 더 높아졌다.

이브 생 로랑은 디오르를 떠난 뒤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창업했다. 하지만 그는 30년 넘게 키워온 브랜드를 지난 1999년 이탈리아의 구찌그룹에 매각했다. 2004년 프랑스의 명품 그룹 PPR이 구찌그룹의 대주주가 되면서 지금 '이브 생 로랑' 브랜드는 PPR 소속이 됐다.

이렇게 회사 주인도 바뀌었고 이브 생 로랑을 만들어내는 디자이너도 바뀌었다.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이 2002년 은퇴한 이후에는 미국 태생의 디자이너 톰 포드 그리고 2004년부터는 이탈리아 출신의 디자이너 스테파노 필라티가 '브랜드' 이브 생 로랑의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다.

지금 프랑스를 대표하는 브랜드 '샤넬'이나 '디오르'의 명성을 이어가는 디자이너도 프랑스 사람들이 아니다. '샤넬'은 독일 태생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디오르'는 영국 태생의 스타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가 책임지고 있다. 요즘 파리 패션가에서는 프랑스에 인접한 소국(小國) 벨기에 디자이너와 모델들이 최고 대접을 받고 있다.

디자이너 부티크 시대를 거친 프랑스 패션산업은 영세한 가족 경영이나 디자이너 1인 경영 시대를 벗어나 기업의 자금이 수혈되고, 또 세계 각국에서 스타 디자이너를 활발하게 영입하면서 브랜드의 가치를 한껏 키워 왔다. 그 결과 오늘날 세계 명품 시장을 좌지우지한다.

혈연을 떠나 재능 있는 후진을 양성하는 개방성, 전 세계에서 인재를 끌어 모으는 혼혈주의가 프랑스 패션산업에 계속 젊음을 불어넣고 있다. 이를 통해 디자이너가 키워 놓은 브랜드를 다시 기업형으로 키우고, 또 그 과정에서 젊고 유능한 디자이너들을 발굴해 세계적 스타로 키워내는 상생(相生) 구조를 정착시켜 왔다.

우리에게도 수많은 디자이너가 있지만 이런 선순환 구조는 여전히 부족하다. 나이를 잊고 의욕적으로 활동하는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은퇴한 이후 브랜드 '앙드레 김'은 어떤 길을 걸을까? '샤넬'처럼, '디오르'처럼, '이브 생 로랑'처럼 오래오래 우리 곁에 남아 있는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6/03/200806030152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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